
재료시공을 강의하시는 선생님이 설계해서 97년 완공된 "희원".
2만평 부지에 약 2년 반동안 200억을 들인 프로젝트.
원 설계자에게서 듣는 강의는 참 재미있다.
깔끔하게 정리된 반듯한 선과 화려한 색들로 치장한 건물과 지나치게 위압적인 광고간판이 난무하는 도심을 벗어나 희원에 도착했다. 한국적 특색을 많이 담아내려 노력한 희원은 오히려 낯설기만 하다. 희원은 “조용한 아침의 나라”를 연상하게 하는 한국 특유의 미의식이 담긴 전통정원이다.
매표소를 따라 왼쪽의 큰 저수지를 따라 가면 주차장이 있고, 희원의 정문인 보화문(葆華門)이 있다. 희원의 많은 요소들은 유명한 작가가 직접 작명하셨다고 하는데 보화문은 ‘아름다운 것을 많이 모아 후손에게 길이 보존하라’는 뜻을 갖고 있다. 덕수궁의 유현문을 본따 쌓아 올린 대문으로 검고 짙은 회색 때문인지 드라마에서 보던 구한말 세트장이 연상된다. 정으로 잘 쳐서 거친 질감이 나는 넓은 전돌을 기둥으로 세우고 무른 느낌의 검고 짙은 회색의 전벽돌을 그 옆에 나란히 쌓았다. 전벽돌과 지붕 사이는 시멘트로 처리했는데 비슷한 색상임에도 불구하고 무름과 단단함 그 느낌이 대조적이다. 흙에 시멘트성분(?)을 넣어 꽃담을 쌓았는데 그다지 시공이 잘 되지 않았다.
보화문을 지나면 매림(梅林)이 있다. 원래는 소세원의 울창한 대숲을 본따 만든 죽림(竹林)이 있어야 하는데, 대나무가 잘 자라지 못해 매화나무로 대체했다고 한다. 좁은 오솔길을 유연하게 곡선으로 만들면서 시선이 모아지는 곳은 배경이 유려하게 만듦으로써 매림을 자연스레 잘 둘러 볼 수 있게 했다. 위요된 느낌의 대숲도 좋지만 은은한 향기의 매화숲도 나쁘지는 않다.
매림을 지나면 담과 담 사이의 자그만 정원이란 뜻의 간정이 나온다. 원래 간정은 하얀 정원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간정에서 모랫길을 따라 걸으면 소원(小圓)이 있다. 소원은 가을정원으로 한국 전통 양식을 많이 볼 수 있다. 마당을 사이에 두고 북쪽의 산자락은 철쭉을 심은 화계와 괴석 등을 배치한 석가산이 있다. 그리고 남쪽에는 자연스런 호안을 가진 추향지라는 연못과 단청을 하지 않아 수수하고 보기 좋은 한 칸짜리 정자 관음정이 추향지에 두발을 담그고 서 있다.
소원을 지나면 주정이 있다. 1,200평의 넓은 마당으로 120평 크기의 연못과 산자락에 기댄듯한 정자, 작은 폭포와 계류, 대석단과 3단의 화계로 구성되어 있다. 동쪽으로는 소나무숲, 서쪽으로는 소원, 북쪽으로는 미술관 그리고 남쪽으로는 산과 호수가 주정의 배경이 된다. 주정은 여름정원이다. 여름철에 활짝 피는 연꽃.꽃창포 등이 심어져 있다. 연못의 단처리는 안압지의 그것을 따라했다고 하고 중앙에는 법연지라는 방지가 있는데 진흙에서도 꽃을 피우는 연꽃처럼 인간 정신의 아름다운 승화를 기원하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한다. 연못 북쪽 호암미술관쪽으로 아주 큰 목화석으로 6m 높이의 석축을 쌓았다. 6m면 꽤 높은 높이임에도 아주 큰 돌을 사용함으로써 가까이 다가서서 바라보아도 부담이 덜되게 만들었다. 큰 목화석 사이사이 시멘트로 단단히 마감한 흔적과 중간중간 생명토를 넣어 식물이 자라게 해놓은 것을 볼 수 있었다.
주정 위로 올라가면 음양오행의 원리로 하여 양의 기운인 양대(미술관 앞마당)와 음의 기운인 월대(VIP정원)가 조화롭게 조성되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