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와 문화_[1]에 이어서"

가장 넓은 의미로서의 1)의 문화 개념-숙련된 인간의 노동-에는 인류가 발생한 이후, 동물과 분명히 다른 환경과 상호작용을 하는 인간의 생활양식적 의미가 내재되어 있다. 동물 무리에 문화라는 말을 붙일 수 없다. 인간과 동물의 생활양식적 차이를 인정하며 최초 발생했으며 당시 농업의 생산성이 가져다준 이기와 목축 집단보다는 농경 집단을 '문화적'이라 불렀다는 점을 보면 '문화'라는 용어가 인간 생활상의 가치판단이 내재된 용어라 생각할 수도 있겠다.

2)의 문화개념-인간집단의 행동 전체-에는 서로 다른 집단의 생활양식적 차이라는 측면이 관철되고 있다. 생활양식적 차이를 갖는 집단을 구분하는 기준으로 지역이나 시간, 계급 이외에도 다양한 것이 설정될 수 있다. 요루바문화는 요루바라는 지역의 문화였고 르네상스 문화는 르네상스 시대의 문화였으며 부르주아 문화는 부르주아 계급의 문화였다.

3)의 문화개념-세련된 개인의 정신- 문화인이 되는 것 등,
4)의 문화개념-정신에 의해서 지칭되고 생산되는 지적이고 예술적인 행동의 집합에 관한 것은 2번의 문화 개념과는 다른 측면에서 사용되고 있다. 산업혁명과 시민사회의 성장 이전에는 세련된 개인의 정신 행위는 소수의 지배층에 한정되어 있다. 그러나 급속한 경제 성장과 시민권리의 성장으로 세련된 개인의 정신 행위는 보편적인 권리로 변모하게 되었고, 이에 따라 세련된 것뿐만 아니라 세련되지 않더라도 정신에 의해 생산되는 지적이고 예술적인 행동 전체를 표현하게 된 것이 아닌가 한다. 대표적인 것으로 대중문화라는 용어가 있다. 기존에는 지배층에 의해 천하게 여겨지던 것이지만 1900년대 전반기를 지나면서 정신적 행위를 대표하는 것으로 자리잡게 되었던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지배층의 우월적이고 정신적인 생활양식만을 지칭하던 문화라는 개념에서 지배층이라는 측면을 배제하게 되었고, 그 결과 현대인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4번의 문화 개념이 탄생하게 된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집단적 차이를 강조한 전자와 예술적이고 지적인 측면을 강조한 후자의 문화개념은 실재 사용에서는 서로 다른면서도 보완적인 관계에 있음을 언급하고 싶다.

사회란 개념은 무엇인가?

'문화'는 주어진 사회 성원들의 생활방식 - 그들의 관습, 그들이 생산한 물질적 재원 - 과 관계되며, '사회'는 공통의 문화를 공유한 개인들 상호간을 연계시키는 상호 관계의 체계를 가리킨다. 어떠한 문화도 사회없이 존재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어떠한 사회도 문화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문화 없이 우리는 결코 인류가 될 수 없을 것이다.   -  현대사회학 (앤터니 기든스) -


기든스는 사회란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 문화란 개념과 비교하고 있는데, 그 비교 과정 속에서 그는 사회를 '공통의 문화를 공유한 개인들 상호간을 연계시키는 상호관계의 체계'라고 정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나는 이러한 정의를 보면서 참으로 간단명료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공통의 문화를 공유한'이라는 부분에서 뭔가 석연찮은 느낌이 들었고, 다음과 같은 의문이 다가왔다. 구성원 상호간을 연계시키는 상호관계의 체계, 즉 어느 사회 속에 있는 개인이 모두 공통의 문화를 공유해야만 그 체계가 움직일 수 있는가? 더 나아가 공통의 문화를 공유하지 않았더라도 상호 관계의 체계가 잘 움직일 수 있는 경우는 없을까? 만약 구성원이 그 조직을 이탈하여 전혀 다른 원리로 움직이는 조직에 들어갔다면 어떻게 될까? 그 조직에 남아 있으려면 약간의 충돌은 있더라도 기존 조직의 것을 버리고 새로운 조직에 맞는 원리를 금방 터득하지 않을까? 이런 식으로 바뀔 수 있는 동일한 행동양식이나 규율이 있다고 해서 그것을 무조건 문화라고 규정내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 문화에는 몇몇 일탈적인 개인을 제외하면 상황이 바뀐다고 해도 쉽게 바꿀 수 없는 관성이라는 측면이 고려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조직과 문화가 서로 결합될 수 없는 것이라고 단정 짖지 않는다. 조직문화라고 해도 우리는 그렇게 이상하게 여기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모든 조직의 행동양식이나 규율이 문화, 즉 조직문화로 변화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이것은 문화가 조직과 같은 사회의 무조건적인 전제조건은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사회와 문화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당위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문화는 어떤 생활양식이 일정한 단위의 구성원 사이에 공유되고 있는가, 또 그렇게 공유된 생활양식이 이웃한 단위의 것과 다른가라는 초점을 맞추어 정의된 개념이다. 따라서 구성원들이 어떻게 조직화되어 있는가, 어떤 상호 관계를 맺고 있는가와 같은 점은 문화개념에서 핵심적인 요소가 아니다. 반면에 사회는 구성원들이 상호 협조적인 방식으로 조직화되어 있는가, 또는 일정한 체계를 통해 서로 의사소통을 하고 있는가에 초점을 맞추어 정의된 개념이다. 따라서 어떤 생활양식이 지칭된 단위의 구성원들 사이에 공유되어 있는가, 또 그렇게 공유된 생활양식이 지칭된 단위의 구성원들 사이에 공유되어 있는가, 또 그렇게 공유된 생활양식이 이웃한 단위의 것과 다른가라는 점은 사회 개념에서 핵심적인 요소가 아니다.

사회를 정의하는 또 하나의 방법은 특정 집단의 범위를 결정하는 일이다. 사회의 유대는 오직 의사소통에 있기 때문에 사회의 한계점은 의사소통이 끊어지는 곳으로 나타낼 수 있다. 즉, 사회로 구분된 단위의 범위는 의사소통이 이루어지느냐, 아니냐의 기준에 의해 정해지는 것이다.
Posted by 백구씨쥔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