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적 사고 2009. 11. 16. 19:56


누구든 떠나는 순간이 되면 본능에 가까울 정도로 뒤를 돌아보게 된다.
뒤를 돌아 보면서 거꾸로 매달려 있던 자신과, 가능하다면 한동안 품고 살았던 정신의 부산함을 그 자리에 걸어두고 떠나려 한다. 그래서 돌아본다는 것은 씁쓸한 일이 되고 수심 깊디깊은 강을 건너는 일처럼 시작하지 말아야 했을 일이 돼버린다.

발걸음을 멈춰 서서 자주 뒤를 돌아다본다.
그건 내가 앞을 향하면서 봤던 풍경들하고 전혀 다른 느낌을 풍경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보고 지나온 것이 저거였구나 하는 단순한 문제를 뛰어넘는다.
아예 멈춰 선 채로 멍해져서 그 자리에 주저앉는 일도 생겨버리기 때문이다.
 내가 뒤돌지 않았다면 그것은 그냥 뒤로 묻힐 뿐인 것이 돼버린다.
아예 아무것도 아닌 게 돼버린다.
내가 뒤척이지 않으면, 나를 뒤집어놓지 않으면 삶의 다른 국면은 나에게 찾아와주지 않는다.
어쩌면 중요한 것들 모두는 뒤에 있는지도 모른다.
Posted by 백구씨쥔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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